레베카가 죽고 떠난 맨덜리에서 레베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대프리 듀 모리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 레베카, 그 인기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1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약 12개국에 다른 곳에서 공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옥주현이 출연하는 공연의 경우는 광속 매진으로 유명합니다. 주인공 나(I)는 반 호퍼 부인의 말 벗으로 일을 하고 있으며, 부인과 함께 몬테 카를로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곳에서 막심을 만나게 되고, 이 둘은 순수한 사랑에 빠집니다. 막심은 사고사로 먼저 떠나버린 아내를 잊지 못한다고 사교계에 소문이 나있었기 때문에 이 둘의 만남은 세간의 이슈였습니다. 나(I)와 막심은 막심의 보금자리 맨덜리 저택으로 돌아오는데, 이곳에는 집사 댄버스를 만납니다. 댄버스는 레베카를 너무나도 그리워하고 집착(?)하고 있는 집사여서 나(I)를 달갑게 보지 않습니다. 나(I)가 댄버스 저택에서 생활하면서 댄버스의 이상한 비밀들을 하나씩 밝혀집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이 있기 때문에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꼭 알고 갔으면 하는 각 인물들을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집사 댄버스: 평생을 레베카 곁을 지킨 레베카가 세상의 중심이라 믿음
로맨스의 주인공은 나(I)와 막심이지만, 사실 이 뮤지컬에서 주목을 받는 실질적 주인공은 집사 댄버스입니다. 레베카의 메인 주제곡인 "레베카"를 부르며 공연 내내 레베카를 수십 번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묘사하는 레베카는 정말 세상 가장 완벽하고 가장 매력적이며 결점 없는 완전체입니다. 처음에는 집사였기 때문에 레베카를 너무나 존경하고, 그녀의 죽음 이후 그녀를 그리워하는 건가 싶었으나, 점점 극이 진행될수록 집착 또는 광기로 느껴집니다. 레베카는 댄버스에게 우상이었고, 주인이었고, 사랑이었으며, 목숨을 내어 줄 만큼의 어떤 의미였나 봅니다. 공연을 하면서 "레~베~카~~"를 수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며, 끝나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레베카를 따라 부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댄버스 부인은 뮤지컬 배우 신영숙과 옥주현이 맡았는데, 필자는 옥주현이 나오는 공연을 보았습니다. 초반에는 나와 막심이 주로 나와서 노래를 합니다. 댄버스 부인이 나오는 부분에서 ‘음량을 갑자기 키웠나?’ 싶을 정도로 성량 차이가 컸습니다. 왜 옥주현~ 옥주현~ 하는지 알겠는 순간이었습니다.
남편 막심: 무엇을 숨기고 있나?
막심은 레베카의 남편이자 어마어마한 집안과 재력의 소유자입니다. 맨덜리 저택에서 살고 있지만, 부인 레베카가 바닷가에 가라앉아 죽는 사고사를 겪은 후 마음에 갈피를 못 잡고 휴양차 몬테 카를로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나(I)를 만나고 그녀를 신데렐라로 만들어 줍니다. 원래의 집 댄버스로 돌아와 이상하리 만큼 좋았다가 소리쳤다가하는 이상한 행동들을 하는데, 뭔가 숨기고 있는게 있는 것 같은 사람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막심을 연기하는 우리나라 연기자는 민영기, 김준현, 에녹, 이장우가 있었습니다. 필자는 에녹의 막심을 보았습니다. 훤칠한 키와 슈트핏이 굉장히 좋았고, 고음까지 깔끔하게 소화해 내는 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올해 극은 모두 끝났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배우 이장우이 출연하는 공연도 개인적으로 한번 보고 싶습니다.
나(I):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성장해가는 캐릭터
고용주인 반 호퍼 부인의 여행에 동행하는 비즈니스 트립에서 운명의 남자 막심을 만나고 신데렐라가 되어 연 80불 받는 직장인에서 대 저택의 안주인으로 신분 수직 상승한 여자입니다. 처음에는 어리바리하고 레베카의 그림자 속에서 살지만, 점점 자존감이 상승하고 목소리를 내기도 하더니 막심을 지키는 당당한 여자로 성장합니다. 순수한 사랑을 연기하는 연기자답게 음색이 굉장히 맑고 청아합니다. 배우는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가 있었으며, 필자는 임혜영이 연기하는 공연을 직관하였습니다. 티켓팅을 빨리 하지 못해 좋은 자리는 아니었기에, 배우의 얼굴은 잘 안보였지만 아름다운 음색과 부드러운 움직임에서 여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기: 레베카 없는 레베카 이야기
제목은 레베카이지만 레베카는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레베카가 죽은 후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등장하지 않은 미지의 인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더욱 신비로우면서도 극의 흥미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에는 주인공들 외에도 흥미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통통 튀는 매력의 반 호퍼 부인, 친절하고 따뜻한 막심의 누이 배아트리체, 너무나 밉지만 연기는 뛰어났던 잭 파벨 등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옥주현이 노래하는 레베카를 들으러 갔지만, 성장하는 나(I)의 모습과 모든 참여 배우들의 노래, 연기로 기대보다 더 만족했던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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